2007년 4월 24일 화요일
2007년 4월 23일 월요일
VATECH Tragedy
버지니아텍 참사 애도, 한국과 다른 것
"분노는 없었다. 슬픔과 추모가 있었을뿐이다"
지난주 블랙스버그의 한 교회에서 열린 버지니아텍 참사의 희생자 케빈 그라나타 교수(45)의 영결식이 끝난뒤 엘렉 에번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혹시 분노의 분위기가 있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전혀 없었다(No anger)"고 잘라 말했다.
"우리는 그라나타 교수의 삶을 추모했다. 그가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 했다. 그는 세계적인 학자였고 자상한 남편이었으며, 좋은 아빠였음을 되새겼다. 우리는 그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을 찬미했다. 그가 하늘 나라에 가기를 기도했다.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지만 슬픔을 함께 나눴다"라고 에번 목사는 전했다.
"한 친지는 그가 동네 라크로스(라켓을 사용하는 하키 비슷한 구기)팀의 코치였지만 별로 훌륭한 코치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고인은 평소 '라크로스는 별게 아니라다시 일어서는 경기'라고 말해 웃음이 번졌다"고 에번 목사는 설명했다.
사상 최악의 총격 참사를 이겨나가는 미국인들의 대응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비난이 없다는 것.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조승희를 향한 원망이나 분노, '살인마'라는 비난 같은건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학 잔디밭에 조승희 추모석이 다른 희생자들의 것과 나란히 마련되고 그를 위한 애도의 편지까지 잇따랐다.
특히 그의 부모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길 기원하는 글들이 많았다.
학교와 경찰의 늑장 대응 논란이 제기됐지만, 특정인의 책임을 추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찰스 스티거 총장은 학생들과 함께 추모식에 참석했고, 영결식에도 나갔지만 누구 하나 '당신이 대응을 잘못했다'고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스티거 총장이나 경찰 책임자가 당장 물러나야 한다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오히려 "스티거 총장 100% 지지" 같은 응원글이 나붙을 정도였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네 탓'을 하기보다는 '그토록 도움이 절실했던 조승희를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내 탓'을 하는 글들이 눈길을 끌었다.
오열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추모석을 찾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지만 울음 소리라곤 들리지 않았다.
우는 사람들도 모두가 눈물을 삼킬 뿐 침묵 속에 기도하고 희생자들을 기렸다.
'내 자식을 살려내라'는 식의 부르짖음은 상상하기 어려운 조용함이 지배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화환은 하나도 없었다.
고작해야 몇 송이 장미나 카네이션, 안개꽃을 바치는게 전부였다.
조화의 색깔도 달랐다. 한국에서는 흰색 국화 같은 조화가 대부분이지만 버지니아텍에는 빨간 장미나 카네이션, 튤립 같은 밝은 색깔의 꽃들이 많이 바쳐졌다.
대부분의 조문객들은 곳곳에 추모의 글을 남겼다.
고인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이 참사가 얼마나 큰 슬픔을 줬는지, 이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낼 지 등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담은 글을 카드나 종이, 메모판에 적었다.
정치인의 방문은 물론 그들이 보낸 화환도 없었다.
미국도 한국처럼 대선 철을 맞았지만, 대권 후보자들이 찾아오지도 꽃을 보내지도 않았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팀 케인 주지사가 다녀갔지만 이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대통령과 지사 자격으로 추모식에 참석했을 뿐이다.
합동영결식도 없었다.
희생자들의 장례는 모두 가족이나 친지, 교직원과 학생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졌다.
언론의 장례식 내부 취재는 엄격히 금지됐고, 한국에서처럼 오열하는 유가족이나 조문객들의 모습은 전혀 방송되지 않았다.
검은색보다는 이 학교 상징색인 주황색이나 적갈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애도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적갈색 띠를 둘러놓은 나무 아래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학교 내 호텔에서는 결혼식이 열렸고, 대학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도 눈살을 찌푸리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교내 잔디밭에선 피크닉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이 대학 박정삼 교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이 같은 애도 방식이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동삼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문화적 차이도 있지만 확실히 우리가 배워야 할 선진적인 요소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참사의 범인인 조승희를 애도 대상에 포함시키고, 그를 비난하거나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분위기는 "성숙하고 우리보다 앞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례없는 참사에 대응하는 미국인들의 태도에선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어려움을 당할수록 더욱 뭉치고 강해지는 그들 특유의 힘이 느껴졌다.
(블랙스버그=연합뉴스)
"분노는 없었다. 슬픔과 추모가 있었을뿐이다"
지난주 블랙스버그의 한 교회에서 열린 버지니아텍 참사의 희생자 케빈 그라나타 교수(45)의 영결식이 끝난뒤 엘렉 에번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혹시 분노의 분위기가 있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전혀 없었다(No anger)"고 잘라 말했다.
"우리는 그라나타 교수의 삶을 추모했다. 그가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 했다. 그는 세계적인 학자였고 자상한 남편이었으며, 좋은 아빠였음을 되새겼다. 우리는 그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을 찬미했다. 그가 하늘 나라에 가기를 기도했다.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지만 슬픔을 함께 나눴다"라고 에번 목사는 전했다.
"한 친지는 그가 동네 라크로스(라켓을 사용하는 하키 비슷한 구기)팀의 코치였지만 별로 훌륭한 코치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고인은 평소 '라크로스는 별게 아니라다시 일어서는 경기'라고 말해 웃음이 번졌다"고 에번 목사는 설명했다.
사상 최악의 총격 참사를 이겨나가는 미국인들의 대응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비난이 없다는 것.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조승희를 향한 원망이나 분노, '살인마'라는 비난 같은건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학 잔디밭에 조승희 추모석이 다른 희생자들의 것과 나란히 마련되고 그를 위한 애도의 편지까지 잇따랐다.
특히 그의 부모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길 기원하는 글들이 많았다.
학교와 경찰의 늑장 대응 논란이 제기됐지만, 특정인의 책임을 추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찰스 스티거 총장은 학생들과 함께 추모식에 참석했고, 영결식에도 나갔지만 누구 하나 '당신이 대응을 잘못했다'고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스티거 총장이나 경찰 책임자가 당장 물러나야 한다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오히려 "스티거 총장 100% 지지" 같은 응원글이 나붙을 정도였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네 탓'을 하기보다는 '그토록 도움이 절실했던 조승희를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내 탓'을 하는 글들이 눈길을 끌었다.
오열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추모석을 찾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지만 울음 소리라곤 들리지 않았다.
우는 사람들도 모두가 눈물을 삼킬 뿐 침묵 속에 기도하고 희생자들을 기렸다.
'내 자식을 살려내라'는 식의 부르짖음은 상상하기 어려운 조용함이 지배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화환은 하나도 없었다.
고작해야 몇 송이 장미나 카네이션, 안개꽃을 바치는게 전부였다.
조화의 색깔도 달랐다. 한국에서는 흰색 국화 같은 조화가 대부분이지만 버지니아텍에는 빨간 장미나 카네이션, 튤립 같은 밝은 색깔의 꽃들이 많이 바쳐졌다.
대부분의 조문객들은 곳곳에 추모의 글을 남겼다.
고인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이 참사가 얼마나 큰 슬픔을 줬는지, 이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낼 지 등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담은 글을 카드나 종이, 메모판에 적었다.
정치인의 방문은 물론 그들이 보낸 화환도 없었다.
미국도 한국처럼 대선 철을 맞았지만, 대권 후보자들이 찾아오지도 꽃을 보내지도 않았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팀 케인 주지사가 다녀갔지만 이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대통령과 지사 자격으로 추모식에 참석했을 뿐이다.
합동영결식도 없었다.
희생자들의 장례는 모두 가족이나 친지, 교직원과 학생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졌다.
언론의 장례식 내부 취재는 엄격히 금지됐고, 한국에서처럼 오열하는 유가족이나 조문객들의 모습은 전혀 방송되지 않았다.
검은색보다는 이 학교 상징색인 주황색이나 적갈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애도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적갈색 띠를 둘러놓은 나무 아래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학교 내 호텔에서는 결혼식이 열렸고, 대학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도 눈살을 찌푸리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교내 잔디밭에선 피크닉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이 대학 박정삼 교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이 같은 애도 방식이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동삼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문화적 차이도 있지만 확실히 우리가 배워야 할 선진적인 요소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참사의 범인인 조승희를 애도 대상에 포함시키고, 그를 비난하거나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분위기는 "성숙하고 우리보다 앞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례없는 참사에 대응하는 미국인들의 태도에선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어려움을 당할수록 더욱 뭉치고 강해지는 그들 특유의 힘이 느껴졌다.
(블랙스버그=연합뉴스)
2007년 4월 22일 일요일

"승희 사진을 보고 '아, 교정에서 몇 번인가 마주쳤던 그 말 없던 아이구나'고 어렴풋이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 승희에게 다가가 어깨를 치며 '야, 밥 먹으러 가자'고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학교에서 말 없는 외톨이를 만나면 입을 열 때까지 말을 걸어 친구로 만들겠습니다."21일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현장인 노리스 홀 잔디광장에 놓인 33명의 사망자 추모석 앞에서 만난 이 학교 학생 로라 스탠리(22.여.경영 3년)는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사건 다음날 설치되자마자 꽃과 편지가 수북이 쌓였던 다른 32개의 추모석과 달리 조승희의 그것은 사흘 뒤(20일) 스탠리가 처음 편지를 놓고 가면서 꽃.편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편지는 "승희야, 난 너를 미워하지 않아.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이 세상 모든 이들로부터 떨어져 홀로 끔찍한 고통을 겪었을 네게 손 한 번 내밀지 않았던 나를 용서해 줘. 이제 저세상에서라도 너를 옥죄었던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히 지내길 바라"라고 썼다. 21일 조승희 추모석 앞에 꽃과 촛불을 바치기 위해 다시 나타난 스탠리에게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조승희에게 편지를 쓴 이유는. "이틀 전 이곳에 왔었는데 유독 승희 추모석만 썰렁했다. '승희 역시 가해자이자 희생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도 우리와 같은 영혼이 있다. 어머니와도 상의했는데 동의했다. 그래서 어제 편지를 써 올려놨다. 오늘 와보니 편지와 꽃이 많이 놓여 있어 기쁘다."-범인의 총에 숨진 사람들과 범인을 똑같이 추모하는 건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지 않을까. "수렁에 빠져 '살려 달라'고 외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며칠, 몇 달, 몇 년을 갇혀 지냈다고 생각해 보라. 승희가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를 탓하기 전에 우리가 그에게 도움의 손을 뻗치지 않은 걸 뉘우쳐야 한다."-범인을 용서하자는 것인가. "용서는 살아있는 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지금 누구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은 승희의 가족일 것이다. 그들을 만난다면 꼭 안아주고,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고 싶다. 미국이 그들을 감싸 줘야 한다." -조승희는 한국 출신이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잘못일 뿐 인종.국가와는 관계없다. 책임은 우리(미국)에게 있다…."이날 33개 추모석을 줄지어 참배한 2000여 미국인들은 조승희의 것 앞에선 한참 동안 멈춰 생각에 잠겼다. 상당수는 편지들을 꼼꼼히 읽었다. 부모가 아이에게 편지를 읽게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어떻게 범인을 추모하느냐"고 언성을 높이거나 편지를 찢고, 추모석을 훼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용서와 포용의 현장이다. 블랙스버그=강찬호 특파원 ▶추모 게시판 바로가기
2007년 4월 18일 수요일
조금 빈듯해야
꽃은 반정도 피었을 때 감상해야 하고,
술은 취기가 오를 정도까지만 마셔야 한다.
이때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멋을 느낄 수가 있다.
만약 꽃이 눈부시도록 활짝 피기를 기다리거나,
취할 정도로 마신다면 추악한 경지에 빠지기 쉽다.
환경이 원만하여 사업이 정상에 오른 사람은
마땅히 그 안의 도리를 생각하여야 한다.
지나치면 쇠퇴하기 쉽고, 적당하지 않으면 패하기 쉬우니,
모든 일은 조금 빈 듯해야 그 안의 미묘한 정취를 느낄 수가 있다.
그래서 꽉 차게 하지 않는 것이 처세하는 기본 태도이다.
- 좋은생각 -
술은 취기가 오를 정도까지만 마셔야 한다.
이때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멋을 느낄 수가 있다.
만약 꽃이 눈부시도록 활짝 피기를 기다리거나,
취할 정도로 마신다면 추악한 경지에 빠지기 쉽다.
환경이 원만하여 사업이 정상에 오른 사람은
마땅히 그 안의 도리를 생각하여야 한다.
지나치면 쇠퇴하기 쉽고, 적당하지 않으면 패하기 쉬우니,
모든 일은 조금 빈 듯해야 그 안의 미묘한 정취를 느낄 수가 있다.
그래서 꽉 차게 하지 않는 것이 처세하는 기본 태도이다.
- 좋은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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